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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 힙합동아리 화랑

춤이면 춤! 공부면 공부!

기사입력 2000-10-10 17: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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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에게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오늘 우리는 그것을 찾아
의정부 고등학교로 떠난다.
 여자의 몸으로 남자 고등학교에 들어간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내가 이렇게 당당하게 남자하교에 들어갈 수 있는 이유는? 나니까!
토요일이라 그런지 운동장에는 비교적 많은 학생들이 운동 중이었다.

운동장의 넓이는 장정들이 걸림없이 뛰어 다니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장정들 사이를 뚫고 우리를 향해 뛰어오는 이가 있다.

그 학생이 바로 의정부 고등학교 힙합동아리 ‘화랑’의 회장 김진혁군이다.
진혁군의 안내에 따라 학생들이 모여 있다는 1학년 10반 교실로 들어갔다.
 
“여기 남자학교 맞아요? 웬만한 여자학교 교실보다 더 깨끗하네.” 그랬다.
그곳은 마치 요조숙녀가 쓰는 방처럼 깔끔하고, 세련되게 꾸며져 있었다.
10명의 전사들은 이곳에서 춤 연마에 여념이 없다.

“누나. 여기서 사진도 찍을 거에요?” “할 수 없잖아요. 화랑은 연습실도 없으니까....”

애석하게도 화랑은 동아리실이 따로 없다. 복도, 빈 교실, 때로는 강당. 강당은
그나마 나은 편이지만 그곳은 검도부의 연습이 있는 시간이면 사용할 수가 없기
때문에 실제 그들의 연습 공간은 몸 닿는곳. 어디나라고 하는게 정확한 답일 것이다.

카메라를 들이대자 학생들은거리낌 없이 춤을 선보이기 시작한다.
윈드밀, 토마스, 헤드스핀 등. 보도 못했던 춤을 하나씩 내놓는다.
 
오랜 연습과 상처가 있어야 했고, 더불어 끈기와 인내 없이는 결코 이뤄내기 힘든
동작들이었다. 낯짱(얼굴이 짱이라는 뜻이란다)이라는 별명을 가진 2학년
나주민군 허리에 부황 뜬 자국은 그들의 춤에 대한 열의가 어느정도인지
가늠케 하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그들에게 있어 춤이란 어떤 것일까? 짧은 이야기를 통해서 ‘화랑’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보자.

 

Q. 동아리 이름을 화랑이라고 지은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요?
A. (진혁) 삼국을 통일한 화랑도 정신을 본 받으라고 선생님께서 지어주신 거에요.

Q. 인원구성은 어떻게 되나요?

A. (승철) 1학년이 5명, 2학년이 3명, 3학년 2명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원래
이것보다 많았는데 3학년은 입시준비를 해야하기 때문에 일부가 빠졌죠.
1학년에 노종철, 이정석, 홍성필, 한수종, 유은성, 2학년은 서지원,
나주민, 정재오가 있고요. 3학년은 김진혁, 최승철 이렇게 둘이에요.

Q. 학년이 다르기 때문에 시간 맞추기가 힘들 것 같아요

A. (주민) 그렇죠. 근데 저희는 연습시간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마음 맞고,
시간 맞을 때 연습해요. 아니면 점심시간이나.


Q. 학교에서는 뭐라고 그러세요? 선생님들 말이에요

A. (진혁) 힙합동아리라고 하시면 잘 모르세요. 화랑이라고 해야 아시죠.
근데 3학년 선생님들 빼고는 거의 긍정적인 입장이세요. 3학년 선생니믈이야
공부에 신경 안쓰고 춤춘다고 색안경 끼고 보시지만 나쁜 평은 듣지 않아요.


Q. 내놓을 만한 활동사는 뭐에요?

A. (지원)이번에 경기도 대표 선발전에 나갔었어요. 한별단 행사나 미즘대회도 나가요.


Q. 미즘이란 무슨 대회에요?

A. (승철) 말하자면 의정부의 밀리오레죠. 미즘이라는 옷상가에서 여는 대회에요.
(주민) 형! 옷상가가 뭐예요? 말 좀 멋지게해. 패션몰 대회지. 3등해서 상그도
5만원씩이나 받았어요. 그 돈으로 우리 의상 샀죠.

Q. 학교에서 지원이 안 나오나 보네요.

A. (진혁) 형식상으로는 나오게 되어있는데 실제로는 받아 본 적이 없어요.
비단 저희 동아리뿐만이 아니라 다들 그렇죠. 뭐 (승철) 그냥 이 질문
얼버무려. 선생님들 입장도 생각해야지

Q. 그럼 춤 얘기 좀 해보죠. 여러분들에게 춤이란 어떤 의미를 갖고 있어요?
이런 질문 너무 식상하기는 하지만 그냥 넘어갈수도 없는 질문이잖아요.

A. (진혁) 욕구 발산이죠. 입시 때문에 스트레스 받고 그러면 저희는 춤으로 풀어요.
자아실현일지도 모르고요. 너무 거창한가? (종철) life에요. 저는 춤이 삶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이 동아리에 들려고 의고에 왔거든요.

Q. 그럼 나중에 전문적으로 춤을 출 거예요?

A. (종철) 그건 아니죠. 여기에 들어온 사람들 모두가 일단 공부를 목적으로 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춤꾼이 되겠다고 생각했으면 의고에 안 왔을 거예요.


Q. 춤에 대한 공부를 따로 하나요? 조언해 주는 사람도 필요할 텐데요.

A. (진혁) 각자가 비디오를 구해서 다같이 보는 방법을 택했어요. 조언은 따로
해주는 사람이 없고, 그냥 저희들끼리 상대방 동작 봐주고, 교정도 해주면서
연습하는 거예요. 저희한테 따로라는 것은 없어요. 오직 연습뿐이죠.


Q. 자랑거리 있어요? 화랑 자랑 좀 해주세요.

A. (지원) 자랑거리는 많지만 그 중에서도 분위기가 좋아요. 형들이 잘해 주세요.
처음에는 춤추고 싶어서 왔는데 들어와 보니 형들이 더 좋아요. 제가 좋아하는
춤도 추고 좋은 사람들도 만나고,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죠. 춤은 말할 것도 없고.

Q. 참! 다들 학생이니까 빼고 갈 수 없는 얘기. 학교랑 공부! 3학년은 이제 슬슬
    공부해야할 때가 아닌가요?

A. (진혁) 그렇죠. 이제 대회도 없고, 나가고 싶은 마음도 없어요. 이제부터는
진짜 오로지 공부! 공부뿐이죠. 수능도 얼마 안 남았는데...

Q. 수능 날짜를 세요? 3학년이라서 그런가?
A. (진혁, 승철) 그게 아니라 칠판에 써 있어요. D-day 해서 (승철) 같은 반이
아니라도 3학년 교실이면 어디나 있죠. 숫자 하나씩 줄어드는 거 볼때마다
괜히 화나고 그래요. 그럼 춤추고. 다시 공부하고.

Q. 자꾸 바뀌는 입시제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또 거기에 대한 대비는?

A. (주민) 저희 때부터 바뀌는데요. 다른 것 없어요. 그냥 저희는 공부만 하면 돼요.
입시제도야 어떻게 변하건 결국 공부를 잘 해야 대학이라는 곳도 가고 사람 대접도
받을 수 있으니까요. 그러니까 죽어라하고 공부만 하는 거죠. 공부하는게 대비책이에요.

Q. 이제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에요. 마지막으로 한마디씩하죠.

A. (승철) 저희는 괜찮아요. 앞으로 들어올 후배들을 위해서 학교에서 연습실 좀
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동안 우리 모두 열악한 환경에서 연습했어요.
후배들이 좀더 자유롭고, 편안하게 활동했으면 하는 바램이에요.
(주민) 담임선생님! 춤춘다고 때리지 좀 마세요. (종철) 저도 연습실이요.
연습실 주시면 학교를 알리는데 큰 힘이 될께요.


유전공학도, 컴퓨터프로그래머, 경찰, 건축설계사, 그 들이 가지고 있는 꿈이다.
춤이 목적이 아니라 공부를 목적으로 의고에 들어왔다는 공부벌레 화랑 친구들!
다들 공부도 잘하고, 춤도 잘 추는 신종 모범생이다.

학생이면 누구나 겪어야하는 입시 스트레스와 청년기에 맞는 방황이 그들에게는 없다.
춤을 통해 자아를 실현하고, 춤만이 그들의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는 분출구
이기 때문이다.
 
그들 스스로도 공부와 춤 말고는 우리에게 어떤 것도 없다고 자신있게 말한다.
그들의 모습을 3시간 가까이 지켜보면서 건강한 우리의 미래를 엿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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