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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시설은 좋아지는데…”

기사입력 2004-09-06 10:5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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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의 곡성군 인근의 학교들은 천지개벽중이다.

수영장 한 번 가려면 한 시간가량 차를 타고 광주까지 가야 했던 곡성군의 사람들은 이제 자녀들이 다니는 초등학교를 찾아가면 된다. 동네 아저씨들끼리 배구를 하고 싶으면 근처 학교의 실내 체육관을 찾으면 된다. 컴퓨터가 없는 학교는 찾아볼 수 없게 된다.

곡성군의 초중고생 3722명은 도시 학교의 시설을 부러워 할 필요가 없다. 교육부가 작년 3월 전국 최초로 이 지역을 적정규모 학교 육성 시범지역으로 선정, 곡성군의 초, 중, 고교를 통?폐합하고 현대화하는데 609억 6000만원을 지원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자녀 교육문제 때문에 농어촌을 떠나는 인구를 최대한 줄이고 농어촌의 특색을 살릴 수 있는 교육여건을 조성하자는 게 목적이다.

곡성군에 있는 26교 2분교장이 내년 2월까지 14개교로 통합된다.
 
초등학교는 13개교 2분교장이 8개의 학교로, 중학교는 9개교에서 3개교로, 고등학교는 4개교에서 3개교로 각각 통합된다.

통합된 학교들은 현대식 시설로 신축, 증축되고 기존의 시골 지역 학교에서는 찾아 볼 수 없었던 시청각실, 수영장, 다목적 체육관 등을 갖추게 된다.

이에 따라 작년부터 이 지역의 초, 중, 고교들은 신, 증축 공사에 여념이 없다.

곡성군 석곡면의 석곡중학교는 45억원 가량의 예산을 들여 기존의 건물을 허물고 새 교사를 짓고 있다.

석곡 초등학교는 기룡분교, 명강분교, 욕천분교, 염곡분교 등 인근의 분교 4교를 통합해 증축공사를 하고 있다.
 
특히 석곡초등학교는 곡성군이 적정규모 학교육성 시범지역으로 선정되기 이전에 별도로 전라남도 교육청이 1999년 3월 현대화 시범학교로 선정, 수영장, 실내 체육관 등이 만들어져 석곡면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학교 현대화 계획은 교육여건 미비를 이유로 지역을 떠나는 농어촌 주민들을 붙잡을 수 있을까? 자녀를 둔 주민들의 반응은 아직은 냉담하다.

석곡면에서 문구점을 운영하는 정모씨는 “투자하는 만큼의 효과가 우리 아이에게도 있을지 모르겠다”며 “투자를 많이 하고 시설이 좋아진다고 해서 나갈 사람이 안 나가는 건 아닐텐데”라고 말했다.
 
이름을 밝히길 거부한 장모씨는 기자의 질문에 조카들 경우를 거론하며 “이 곳에서는 전교 1등이었지만 광주에 있는 학교로 전학가보니 그게 아니었으며, 그래서 나도 아이들 교육 때문에 광주에 아파트를 분양 받아 놨다”라며 “이곳의 시설은 정말 좋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도시의 교육과 시골의 교육은 다르다”고 말했다. 장씨는 2006년쯤 광주로 이사할 계획이다.

이름을 밝히길 거부한 또다른 학부모는 “아이들 건강을 생각하면 이 곳이 좋지만, 교육 여건으로 봐서는 광주로 가야한다”고 말하고 “시설만 좋아지면 뭐하나, 교육열이 높아져야지”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석곡면에 비해 광주와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있는 옥과면 주민들의 반응도 마찬가지다.

옥과면에서 마트를 운영하는 이모씨는 “투자하는 만큼의 효과는 없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초등학교 5학년 자녀가 있는 김유남씨는 “돈이 아깝다”며 “광주로 갈 수만 있으면 가겠다”고 말했다.

옥과초등학교는 약 8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내년까지 수영장, 시청각실 등을 포함된 신축건물을 올리고 있으나, 옥과면의 인구는 매년 200여명씩 줄어드는 추세이다.
 
옥과 면사무소의 한 관계자는 “옥과면의 인구는 2004년 7월 기준 1802세대 4643명으로 작년 12월 4787명에 비해 약 100여명 가량 줄었고 반년마다 100여명씩 줄고 있다”고 밝혔다.

교육 전문가들도 좋아진 하드웨어가 주민들을 지역에 붙잡아놓을 수 있을지에 아직은 자신을 하지 못하고 있다.

고영길 석곡초등학교 교장은 “자녀들이 당장 다니고 있는 학교의 시설이 좋아지고 시골에서 찾아가기 힘든 수영장이 생기니 주민들의 반응은 매우 좋다”면서도 “그래도 어차피 떠날 사람들은 떠난다”라고 아쉬운 마음을 드러냈다.

곡성군에서는 이와 관련, 곡성군의 교육열을 고양시키고 지역의 인구유출현상을 감소시키고자 `좋은 학교 만들기' 정책을 펴고 있다.
 
`좋은 학교 만들기 정책'은 곡성군과 곡성 교육청이 협력하여 곡성군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영어회화강좌, 주말 중국어 강좌, 한자교실 등을 운영하고 EBS교재를 곡성군의 예산으로 무료 지급하는 정책이다.

이와 관련 전라남도 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곡성군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고자 학교 시설의 현대화 외에도 특별활동, 특기, 적성 교육 프로그램에 대해 연구팀에 의뢰할 계획”이라고 말해 신축 교사 등 하드웨어 못지 않게 소프트웨어적인 측면의 지원도 강화할 것임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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