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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되고 싶었던 소설가

기사입력 2009-01-01 20: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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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멋을 창조하는 행위 소설가이자. 대학교수, 문화공간의 대표, 시사랑문화협의회 이사 등 가지고 있는 직함만으로도 화려한 소설가 김용만선생은 1940년 충남에서 태어났다.
 
초등학교를 1등으로 졸업한 김용만선생은 당시 명문 중고교인 부산중학교(부산)와 용산고등학교(서울)를 졸업하고도 기구했던 가정 형편상 대학을 진학하지 못하고, <현대문학>에 늦깎이로 등단한 후에야 명지전문대와 광주대학교를 거쳐 경희대학교 대학원 국문과를 졸업하고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첫 소설집 <늰 내 각시더>(실천문학사)를 출간하면서 정통 단편소설 미학과
독특한 향토적 문체, 이념에 함몰되지 않는 휴머니즘으로 문단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으며 문제작가로 떠오른 김용만선생은, 이후 2권 짜리 장편 <인간의 시간>(문이당)과 장편 <칼날과 햇살>(중앙M&B), 소설집 <아내가 칼을 들었다>(랜덤하우스),
장편 <괴물을 사랑한 여자들>(연인M&B), <93한국문학작품선>(문예진흥원 선정)과 그 외 다수의 작품을 발표했으며, 2007년 산문집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잠과 내 허튼소리>(랜덤하우스)를 발표하자 다시 한번 문단의 조명을 받았다.

현재 서울문화예술대학교(디지털) 방송문예과 교수, 경기대학교 국문과 초빙교수인 그는 한국소설가협회 이사, 국제펜클럽 이사, 한국수필가협회 이사, 시사랑문화인협의회 이사, JANA문화공간 대표로 있으면서도, 양평 서종면 문호리에 살며 소설창작에 열정을 쏟고 있다.

국제 펜문학상, 박영준문학상, 유승규문학상, 농민문학대상 등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했다. 정리=강철희 기자 작가의 길을 걷게 된 계기를 듣고 싶습니다.

내가 소설을 쓴다는 것은 어쩜 배냇짓일지 모릅니다.
공사판 잡부를 비롯하여 농사꾼, 리어카 배추장사, 길거리 포장마차, 라디오 외판원, 경찰공무원, 자동차 정비공, 식당업 등 20여 가지의 직업을 전전하며 살아온 내 과거가 결코 소설을 쓰게 된 동기일 수는 없는 것이지요.

하지만 제가 글을 쓰는 것은 어쩜 핏줄 탓이 아닐까 합니다.
광대가 되고 싶어 했던 아버지의 끼, 콩밭을 매다가 호미를 팽개치고 남사당패를 쫓아간 그 끼가 내 핏속에도 흐르고 있는 것이지요.
아버지가 절에서 불목하니 노릇을 하신 것도 그 끼 탓이 아닌가 싶습니다.

누구나 그러하듯, 나도 철들 무렵에는 학문에 홀리고, 예술에 홀리고, 사랑에 홀리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고교생이 되고부터는 오직 허무에만 홀리게 되었고, 그 허무를 극복하기 위해 소설을 택했던 것입니다.

때문에 내가 소설을 쓴다는 것은 그 황량한 허무의식을 극복하기 위한 신앙행위였고, 내가 신(神)이 될 수 있는 길이기도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신이 되고 싶어 소설을 택한 것입니다.

일반 종교로는 허무를 극복할 수 없는 체질, 그 별난 체질이 평생 나로 하여금 고통을 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도록 작용했고, 결국 나는 그 고통을 사랑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남들은 행복을 사랑하는데 나는 고통을 사랑하는 이상한 인간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상한 나, 그 문제적인 인물인 나가 자랑스럽기만 했습니다. 

나는 소설쓰기를 직업으로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직업으로 생각했다면 아무리 보수가 많다 해도 다른 직업을 택했을 것입니다.

나는 내 나름의 종교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문학을 종교보다 상위 개념에 두고 살아왔습니다.
문학이 학문의 한 분야로 폄하되는 것에 환멸을 느끼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작가를 직업인?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소설을 쓴다는 것은 멋을 창조하는 행위입니다.
새로운 태양을 볼 수 있고, 새로운 눈물을 흘릴 수 있고,
새로운 울림을 느낄 수 있고, 새로운 의문에 직면할 수 있는 멋 말입니다. 

<작품(데뷔작)에 대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제가 처음 발표한 작품은 단편 <그리고 말씀하시길>입니다.
그 작품은 고급 레스토랑에서 구걸 행각을 벌이는 장면을 썼는데 발표 당시 칭찬이 자자 했었죠.
해학적이고 풍자적인 문체 말고도 주제 면에서도 정치폭력이나 이데올로기폭력으로 확대해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강하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문학공부는 언제부터 어떻게 하셨는지요?>

중학교 때부터의 일기쓰기가 문장력을 길러준 셈입니다.
검증된 대표적인 작품을 읽으면서 낯선 어휘나 토속어를 발췌하여 노트에 적어
국어사전  처럼 활용했습니다.

문장에서는 꼭 들어가야 할 낱말이 필요하게 됩니다.
무슨 수로든 그 어휘를 찾아내는 언어 감각을 익혀 찾아쓰곤 했습니다.

습작품은 꼭 소리 내어 읽음으로써 문장이 리듬을 타도록 다듬기도 했습니다.
문장이 리듬을 타면 비문(非文)도 안 생기고 잘 읽힙니다.

소설을 쓰는 데는 무엇보다 선험적(先驗的)인 체험이 중요합니다.
10대라고 해서 어린 유아 적인 의식에 갇혀 있으면 감동 어린 글을 쓸 수 없습니다.
학창시절부터 고되게 살아온 내 인생체험이 습작에 작용한 셈입니다.

만약 직접체험을 못하면 독서나 깊은 사유 등 간접체험을 통해 의식수준을 높여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언어표현을 낯설게 하려고 애써왔습니다.

내 문장이 좋다고 평을 받아온 것도 참신한 표현을 시도해온 그 열정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나는 모든 사물을 뒤집어 보고 거꾸로 보려고 애썼고, 일상적이고 상식적인 말이나 글을 배척해왔습니다.
친구와 말할 때도 신선한 말이 아니면 귀를 막곤 했죠.

항상 어떤 원리를 캐려했고, 본질에 의문을 던졌고, 논리를 세우려 노력했습니다.
그냥 믿을 수는 없었습니다.

그리고 늘 메모를 해왔습니다. 순간순간 떠오르는 착상을 메모하는 버릇을 익힌 것이지요.

<애착이 가는 작품과 그 내용을 듣고 싶습니다.>
 
단편 <그리고 말씀하시길>, 중편 <늰 내 각시더>, 장편 <칼날과 햇살>입니다. 그중 중편과 장편은 경찰생활의 굴곡 있는 체험을 모티브로 삼았습니다.

<늰 내 각시더>는 어느 엽기살인범의 이야기입니다.
지금은 강릉에 교도소가 생겼지만 당시만 해도 동해안에는 강릉경찰서 유치장을 대용교도소로 쓰고 있었습니다.

강릉관내를 비롯하여 고성, 속초, 양양, 삼척 등 강원 동부지역에서 모아진 300여 명의 죄수를 수감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밤이었습니다.
 
수사계 사무실에서 혼자 책을 읽고 있는데 사무실에 붙어 있는 유치장에서 고함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달려가 보니 20대 초반의 죄수가 철책에 제 이마를 짓찧고 있었습니다.
그는 엽기살인범이었습니다.

수갑을 채워 사무실에 데려다 놓고 마음을 눙쳐주자 그는 눈물을 쏟으며 가슴속을 털어놓기 시작했습니다.

나중에 서울 출장길에 그를 압송하게 되었는데 평창에서 화장실 용무를 볼 때던가, 잠시 수갑을 풀고 편의를 봐주었지만 엽기살인범인데도 도주하지 않고 돌아와 다시 손목을 내밀었습니다.

나는 그를 덥석 껴안아주었고, 그 인간 신뢰를 다룬 작품이 <늰 내 각시더>입니다.
<칼날과 햇살>1968년 울진· 삼척 공비침투사건 당시 한 무장공비와 정보형사와의 관계를 그린 장편입니다.

눈보라치는 밤에 포위망을 뚫고 북상하던 공비는 허기를 이기지 못하고 외딴 민가에 찾아들었습니다.

솥에는 밥이 한 그릇 들어 있었고 따스한 아궁이 앞에서 밥을 먹은 공비는 몸이 지친데다 식곤증까지 겹쳐 제자리에 앉아 졸고 말았습니다.

이튿날 먼동이 틀 무렵 집 주인에게 들키지만 공비는 비몽사몽 중에 권총을 빼내어 쏘지 않고 그냥 내줍니다. 그것은 분명 자수였습니다.

하지만 재판 중에 다른 사실이 폭로됩니다.
밥이 반 그릇은 보자기에 싸인 채 부뚜막에 놓여 있었다는 것입니다.
산에 남은 동료를 생각한, 다시 말해 재입산이 증명된 셈이었습니다. 그건 자수와 상반되는 체포논리를 성립시켰습니다.

<작품을 집필 하실 때 궁극적인 주제나 목표가 무엇 인지요?>

작품마다 주제는 다르게 마련입니다. 그런데 발표한 작품을 묶어서 살펴보면 전체 작품에 흐르는 맥이 있게 마련인데 그 맥이 작가주제가 됩니다. 내 작가주제는 ‘휴머니즘’입니다.

<지난 세월을 회상 하셨을때 힘들고, 행복했던 순간을 말씀해 주십시오>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수도 없이 많은 일들이 스쳐지나 갑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힘들었던 순간은 끼니가 없어 어린자식들과 밥을 굶을 때였고, 행복했던 순간은 첫 소설집이 출간되자 작품에 대한 평이 요란 할 때 인것 같네요.
 
<작품 활동을 함에 있어서 작가님에게 영향을 준 분이 있다면?>

<죄와 벌>,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악령>을 쓴 도스토예프스키가 가장 영향을 준 작가입니다.

<사회 비판적인 저서가 많으신데 이유가 궁금 합니다.>

원래 작가는 비판적인 의식구조를 지닌 데다, 출생과 성장은 작가에게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내 비참한 생활도 영향을 끼쳤겠지만 약자 편에 서는 그 휴머니즘이 체질로 작용했기 때문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문학현실에 대한 의견을 말씀해 주십시오.>

문학교육도 문제지만, 그보다 더 무서운 암적 요소는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현실입니다.
외로움과 고뇌를 벗 삼아 책상 앞에 앉아 있는 것이 문학인의 본령인데, 요즘은 창작보다 사람을 많이 만나 문단정치에만 열을 올리는 현실이 대중성이란 미명하에 묵인되고 있어 큰 문제입니다.

<문학인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문학인은 위대한 인생을 지향하는 특별한 존재입니다.
삶의 의미와 멋이 뭔지를 스스로에게 묻고 캐는 데에 생을 걸면 어떨까 합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

인터넷 세상에 자라나는 어린이들과 청소년들 위하여 항상 나의 자연 생활 공간을 열어 놓고 그들과 호흡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단편 및 중편
늰 내 각시더(현대문학), 보이지 않는 시계(현대문학), 잔인한 단풍(동서문학), 속도에 관하여(문예중앙), 돈보따리를 들고(중앙일보 전재), 팔라니트(현대문학), 그리고 말씀하시길 (한길사), 도벌단속(실천문학), 은장도(현대문학) 兎角을 찾아서(동서문학) 끌려가는 세계 (문예중앙), 제3의 공간(한국소설) 악마의 원형을 찾아서(불교문예), 아내가 칼을 들었다(펜문학) 태어나 미안한 존재(문학사계) 이상한 여자들(문학과 의식), 동창친목회 (월간문학)(그 외 다수)

·장편 및 소설집
늰 내 각시더 (실천문학사), 칼날과 햇살 (중앙일보), 인간의 시간 (1.2권) (문이당), 괴물을 사랑한 여자들 (연인M&B),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잠과 내 허튼소리 (랜덤하우스 코리아), 아내가 칼을 들었다 (랜덤하우스 코리아), 우리시대의 화제작 (도서출판 삼문), 젊은 날의 일기 (도서출판 개미), 소설 춘천옥 (랜덤하우스), 세계고전작가 서정시학 (시 전문지)

·주요 에세이·칼럼
<김춘수 無意味詩와 장르 二分法>
<겟세마네교회에서 흘린 이상한 눈물> 등 다수

·세계 작가·작품론
푸슈킨 (러시아), 세르반테스 (스페인), 찰스 디킨스 (영국), 헤밍웨이 (미국), 도스토예프스키 (러시아), 빅톨 위고 (프랑스), 에밀리 브론테 (영국),  존 스타인벡 (미국), 카프카 (체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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