쉴새 없이 여기저기서 빌딩을 올리거나 부수는 공사가 벌어진다. 울긋불긋한 글자로 아우성치는 간판과 현수막들이 건물을 덕지덕지 도배하며, 쉴새 없이 지하철 역이 사람들을 토해내고 들이마시는 거대한 공룡 같은 서울.
이 서울의 10년 전, 그리고 현재를 사진과 영화, 설치미술 등으로 다양하게 조명하는 크고 작은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마치 ‘영상 일기’처럼 보여주는 전시회이다. 그러나 비록 개별적 내용은 다르더라도 서울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공사 중이고, 시끄럽고, 다이내믹하다.
‘한도시 이야기 9404-아무나 아무거나 아무렇게나’가 열리는 26일부터 내달 9일까지 대학로 마로니에 미술관은 그 자체로 ‘서울의 타임캡슐’이 될 것이다.
1994년 6월9일 오전 5시20분부터 24시간동안 700여명의 예술가들이 영화와 사진으로 서울의 일상을 담은 영상과 사진을 통해 10년 전의 서울을 ‘전시’하고, 아울러 2004년 현재를 ‘담는’다.
서울의 1994년과 2004년이 미술관 안팎에서 만나는 전시회는 10년전 영화감독 이재용씨, 설치작가 최정화씨, 그리고 사진작가 오형근씨가 기획한 프로젝트였다.
부제인 ‘아무나 아무거나 아무렇게나’는 서울의 모습을 담는 것이라면 주체와 객체를 가리지 않겠다는 것이다.
10년 전 젊은 바람신인 영화감독에서 ‘정사’ ‘스캔들’의 유명감독으로 변신한 이재용씨는 “너무나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서울의 있는 그대로를 남겨놓으면 좋은 자료가 될 것이라는 생각에 기획했다”고 밝혔다.
이 전시회를 통해 10년 전을 돌아보고, 다시 10년 후의 지금을 기록해볼 생각이다. 미술관 건물 전체를 시청에서 철거한 불법현수막으로 덮는 것은 최정화씨의 아이디어다.
오형근씨는 “선별된 311컷의 사진들도 서울의 과거를 증명할 것”이라며 서울의 이미지를 가장 잘 나타내는 것으로 주유소 앞에 커다란 공룡풍선이 서있는 10년 전의 사진을 꼽는다.
서울은 바람이 잔뜩 들어간 공룡풍선처럼 기괴하고 허망하다는 것이다. 현재의 서울을 담는 작업은 과거처럼 특정 예술가들이 아니라 일반인들의 참여로 이루어진다.
전시 마지막날인 내달 9일까지 온라인(
www.handosi.com)과 오프라인으로 참가신청을 한 사람에 한해 9일 0시부터 24시간동안 물건, 소리, 사진, 5분 이내의 영상물 등을 받을 예정이다.
아트선재센터 부관장 김선정씨가 이번 전시의 큐레이터로 참여하고, 무용가 안은미씨도 오프닝 행사에서 퍼포먼스를 펼친다.
(02)760-4603